‘검토위’는 ‘트로이 목마’인가, ‘그냥 목마’인가?
‘검토위’는 ‘트로이 목마’인가, ‘그냥 목마’인가?
  • 숨비소리
  • 승인 2019.01.1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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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위원회(검토위)가 제2공항을 둘러싼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다. 검토위는 2017년부터 국토부와 반대대책위원회 쌍방간에 논의가 오가기 시작해서 2018년 9월 합의가 이루어져 활동에 들어가게 될 때부터, 그 정체가 애매해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되기도 하면서 아는 듯 모르는 듯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국토부측은 진실보다는 절차적 투명성의 모양새를, 반대대책위측은 형식은 어떻든 진실의 힘을 기대하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전개되는 상황은 결국 그 불씨에 불이 당겨져 파국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어느 한쪽이든 밀리는 쪽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쌍방에게 ‘트로이 목마’일 수 있는 검토위는, 상대방의 성을 태울 것인가, 자신이 타고 말 것인가?

검토위원회의 시작과 종말

2015년 11월 발표된 제2공항 입지선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2018년 6월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그런데 그 ‘재조사’ 자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불신을 받게 되자, 용역 발주 석 달 만에 이번에는 그 ‘재조사’ 과정을 검토하기 위한 ‘검토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검토위’는 간단히 말해서,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조사 용역 과정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여 그 결과를 재조사 과정에 반영시키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여론을 최대한 수렴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 한시 조직이었다.

검토위 운영규정(제1조 목적)에 의하면, 검토위의 기본 임무는 다음 네 가지로 규정되어 있다.

1. 타당성 재조사 연구진의 연구 정기적 모니터링
2.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 검토
3. 도민들의 의견 수렴
4. 최종 권고안 제시

강영진 검토위 위원장은 검토위 회의가 마지막 열린 9차 모임에서 대략 다음과 같은 취지로 그 동안의 검토위 활동을 정리했다. “1항 재조사 연구 모니터링은, 재조사연구가 2018년 6월에 발주되었고, 그 후 3개월이 지난 9월에야 검토위가 구성되는 바람에 연구 진행 과정에서의 모니터링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사후 용역진의 연구결과를 보고받고 추가 보완 지시를 하는 형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불가피했다. 2항 다양한 문제들을 도출하고 검토하는 작업은 활발히 진행되는 상태였다. 3항 도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는 11월22일 한 번 치러졌다. 4항 최종 권고안은, 위 세 가지 활동을 모두 수행한 후 위원들간의 논의와 평의, 평결 작업을 토대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활동 시한 종료로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필요하다고 결의할 경우 활동 시한을 2개월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었으나 정부측의 거부로 활동보고서도 만들지 못한 채 검토위는 종료되었다.”

‘보고서’ 없는 검토위 종결의 의미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측과 반대대책위측이 합의하여 만들어지는 ‘검토위’의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의 형태를 갖기는 하지만 그 의미는 매우 중차대하다. 국토부가 공식문서에서 다음과 같이 그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국민들 앞에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타당성 재조사를 위해 전문기관이 용역을 수행토록 하였으며, 이에 따른 객관적 결론을 도출할 때, ‘타당성 재조사 연구기관의 조사결과’, ‘검토위원회의 권고’, 공론조사 시행시 그 결과‘ 모두를 함께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말하자면, 국토부는 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 그리고 공론조사 결과를, 제2공항 사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으로서 공항시설의 배치나 운영계획을 포함하는 기본계획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으로서 ‘문제없음의 기준’으로 밝힌 것이다.

이들 3자는 분리된 게 아니라 본래부터 서로 얽혀 있다. 즉, 재조사 용역연구는 검토위 활동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마무리되게 되어 있다. 검토위 활동은 재조사 용역에 대해서 여러 형태로 개입한다.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도민여론 수렴을 통하여, 그리고 이를 종합한 쟁점들에 대해 토론하고 평가한 보고서가 권고안 형태로 제시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출된 문제들이 해명되거나 보완되지 않은 채, 즉, 검토위의 개입이 작용하지 못했는데도 재조사 용역은 자체 마감되었다.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시행될 공론조사는 논의도 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국민들 앞에 약속했던 세 가지는 어느 것 하나도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검토위원회는 시쳇말로 ‘닭 쫓던 개’의 형국이 된 것이다. 정부측은 더 딱하게 되었다. 검토위 구성을 계기로 절차적 투명성 실현을 부각시키면서 반대측을 무력화함으로써 갈등을 종식시키려는 의도가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검토위를 통해서 도민들 앞에 보여주고자 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가 기회있을 때마다 소리높여 외쳤던 ‘절차적 투명성’은 허망하게도 뼈만 남기고 순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는 재조사 용역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면서 기본계획을 강행시키고 있다. 정부측과 주민측이 합의해서 구성한 검토위원회에서는, 재조사 연구에 해명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고 쟁점사항을 지적하고 있지, 문제없다는 결론을 아직 내지 않았다. 검토위원회가 해체되었으므로 이제는 검토위원회 차원에서 결론을 낼 수도 없다. 국토부가 내세웠던 세 가지 기준 중에 애초부터 국토부에 예속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용역업체의 재조사 결과 하나만 기본계획의 근거로 작용하게 되었다. 검토위 권고안과 공론조사, 두 가지는 사라졌다. 사태는 원점회귀로 결론이 나고 말았고 더 악화되었다. 민주당 오영훈 의원 등이 나서서 검토위원회 재개를 도모하고 있지만, 검토위원회가 다시 가동된다 하더라도 상호신뢰에 금이 가고 만 마당에 의혹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된 모양새다. 때문에 반대측에서 검토위원회를 격상시켜 국토부가 아니라 국무총리실에서 주관하기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그것은 국토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장차 검토위가 성사된다면, 입지선정 재조사에 대한 검토를 넘어, 국토부가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판이다. 거기에는 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 수혜자가 되든 피해자가 되든 제2공항의 당사자는 제주도와 제주도민이며,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지사가 아닌가? 그렇다면 아무리 국책사업의 미명을 띄고 있다 하더라도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사업파트너로서 협의 주체가 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트로이 목마’ 혹은 ‘그냥 목마’

검토위 안이 합의될 때 일각에서 격렬하게 반대를 했던 이유는, 그것이 국토부에 대한 면죄부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제주도청 앞 천막에서 28일 째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김경배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즉, 법적으로 구속력도 없는 권고안만이라면 검토위 활동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실제사업으로 들어가는 기본계획에 착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이었다. 그것이 바로 검토위를 절차적 투명성을 과시할 수 있는 둘러리 정도로 판단했던 정부측의 의도였을 법하다.

하지만 상황은 정부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검토위원들 중 반대대책위 추천 위원들은 방어에 급급한 재조사 용역팀과 정부측 위원들을 다그치면서 의혹과 쟁점에 관한 자료 요청, 분석, 평가를 통해서 기왕에서부터 세간에서 지적되고 설왕설래되어왔던 많은 문제점들이 진실임을 입증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반대대책위측 위원들은 그 활동 성과를 담아, 착수해보지도 못하고 허공에 떠버린 검토위원회 차원의 보고서, 즉 권고안 대신 자료집 <제주 제2공항 검토위원회 경과와 쟁점>을 펴냈다. 그 안에는 제2공항을 왜 꼭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합리적 의심 제기부터, 제2공항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입지선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입증하는 자료까지 촘촘하게 들어있다. 아마도 이 <제주 제2공항 검토위회 경과와 쟁점>의 파괴력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따라 ‘제2공항’ 사태는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대책위 측이 전력을 다해서 이를 확산시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진실의 힘이 이길 것인가, 권력의 힘이 이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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