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협동조합 만들어 우리 아이 교육하기 6
교육협동조합 만들어 우리 아이 교육하기 6
  • 숨비소리
  • 승인 2019.03.1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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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육협동조합, 드디어 출범하다

일곱 명의 엄마들은 쇠를 녹이는 열정을 모아 교육협동조합의 청사진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장차 그들의 교육협동조합이 나아갈 방향과 운영을 위한 지침, 사업개발을 위한 기준으로 작용할 터이다. 반면에 예전과 달리 교육협동조합을 만들어내는 행정 절차는 별로 어렵지 않다. 그와 같은 조합 설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어머니들이 직접 주체로서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는 사실이었다.

김서현은, 역사의 주역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왔다. 그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바로 그날로 교육협동조합 창립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준비위원장 오민지, 기획 박승현, 조직 김서현, 총무 강민희, 홍보․섭외 이지헌과 양호영, 재무 정인효가 맡기로 역할을 나누었다. 예전에 비해 협동조합을 만드는 행정 절차는, 발기인 모임→정관 제정→창립 총회→회비 납부→법인 등기, 이렇게 매우 단순해졌다. 발기인이나 최소 자본금 규모에 대한 제한도 없었다. 이제는 5명 이상이 모이면 얼마든지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어도교육문화센터 사진

청사진

일곱 명의 어머니들른 너댓 달 남짓 동안에 걸쳐, 쇠를 녹이는 열정을 모아 교육협동조합의 청사진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오롯이 아이들 교육에 대한 그들의 고민과 땀, 그리고 소망이 흥건히 밴 것이었다. 청사진은 교육협동조합이라는 사업체의 운영과 그 사업의 기본방향을 담고 있어서, 장차 아이들 교육을 위한 지침이자 지도가 될 터였다. 모두들 스스로가 내심 자랑스러웠다. 지금 당장은 막연한 희망사항, 꿈일지라도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이 실제로 그 안에 있게 되리라…. 혼자 꾸면 그냥 꿈으로 끝날지라도,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지 않는가! 관건은, 꿈이 현실이 될 때까지 버티어낸다는 것이다. 버티어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OO교육협동조합 청사진

교육협동조합의 비전

우리는 십시일반으로 작은 힘과 뜻을 모아, 서로 협동하고 존중하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양질의 교육’과 ‘합리적 경제’를 실현한다.

조직과 운영의 원칙

제1원칙 :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제도 : 원하는 사람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제2원칙 :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 누구나 동등한 권리와 책임, 그리고 참여로써 운영한다.

제3원칙 :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 모두가 자본을 출자하고, 조합비를 납부하며, 출자와 이용에 따른 잉여금을 배분한다.

제4원칙 : 자율과 독립 : 조합원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관리 운영한다.

제5원칙 :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 조합원과 협동조합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제6원칙 : 다른 조직과의 협동 : 협동조합끼리의 힘을 모아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한다.

제7원칙 :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 교육환경으로서의 지역사회 발전에 적극 참여한다.

조합 운영의 목적-교육을 받은 사람의 인간상

첫째,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선하며 성취적인 삶

둘째, 주체적이면서 협동적인 삶

셋째, 지역사회환경의 변화를 위하여 참여하고 실천하는 삶

넷째, 자신과 타인, 사회와 자연과 생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

목적사업

1. 방과후 학교

2. 작은도서관

3. 교육캠프

4. 문화예술학교

5. 진로적성개발센터

6. 교육물품 공동구매 재활용센터

7. 글로벌문화센터

8. 교육연구소

거기에는 아이를 키우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소망과 열망이 모두 모아진 듯했다. 그 정도면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듯했다. 그러자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라고들 생각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릴지라도, 아무리 힘이 들지라도. 하나씩 차근차근. 가 해 위!

청어람작은도서관

청사진을 그리는 일을 일단 끝내고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작년 11월 첫만남의 모임을 떠올리면서 힘차게 ‘가해위’를 외치고 난 이튿날인 토요일 오전, 7인방은 청어람 관장에게 진지하게 면회를 청했다. 이번에는 김서현이 앞장을 섰다.

“관장님, 관장님께서 여러 모로 도와주신 덕분에 저희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가 무슨…. 잘들 해오셨네요. 언제면 저 친구들이 진절머리를 내고 그만 접어버리나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하하하!”

“하기는…. 아닌 게 아니라 사실 그럴 뻔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어요. 저희들 모두가 개성도 다르고 또 처지들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 보니, 그렇게들 됐네요.”

“하하하. 근데 개성도 그렇지만, 처지들이 다양하다는 건 제가 볼 때는, 분란의 원인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운영할 때, 존중되지 않으면 안 될 본질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협동조합은 약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로운 생존전략이지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람답게 살아남기 위해서 가진 게 보잘 것 없는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뜻과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각기 다른 개성, 다른 조건들은 무시해야 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될 유용한 자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신념이든 가치든 공유하는 게 절대 필요합니다. 시간이 아무리 걸리고, 아무리 해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 몇 사람 떨어져 나가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그런 토대를 갖지 못하면 아예 본격적인 출발 자체가 불가능해지니까요. 여러분들이 오늘까지 너댓달 걸렸나…, 로치데일의 경우에는 거의 1년이 걸렸던데, 아마 그 기간이 그렇게 기본적인 신념과 가치를 조율하고 공유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기회였을 겁니다. 그나저나 이제 한 매듭 하셨지요? 근데 제가 뭐 도울 일이라도?”

“네. 저희들이 몇 달 간에 걸친 암중모색 끝에 한 장의 지도를 마련한 참이니, 그게 제대로 만들어진 지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부터는 실제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관장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교육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계셨고 실제로 추진도 해오고 하셨잖아요? 이제는 관장님께서 적극 동참하셔서 저희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만….”

“길잡이라…. 하하하! 좋지요. 교육협동조합을 만들려고 애들 쓰고 계신 데 제가 힘껏 도와드려야지요. 교육협동조합을 준비해오시면서 이미 절감하셨겠습니다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건대, 교육협동조합이야말로 난마같은 우리 교육을 살리고 질곡에 빠져 신음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길이라는 게, 제 신념이기도 합니다. 그건 또 학부모인 여러분을 살리는 길,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라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지요, 하하하. 그런데 길잡이라…. 하하하! 길잡이는 스스로 함께 하는 거지요. 이미 잘 아시다시피, 바로 그게 협동조합의 본질이겠지요? 해서, 저는 자격도 없거니와, 해서, 길잡이라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동참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아, 네. 그럼….”

“혹시! 저를 찾으신 게 청어람작은도서관 때문이 아닌가요? 여기를 교육협동조합 사업장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계신 거지요?”

“하이쿠! 역시나아…. 아줌씨들, 그것 보세요. 하하하. 관장님, 네. 바로 그렇습니다. 교육협동조합을 여기, 청어람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구상을, 주제넘게도 해봤습니다만….”

“잘 오셨습니다. 제가 기다리고 있던 순간입니다.

“…. 네?”

“예. 여러분들이 하시는 걸 보면서, 아, 이제 드디어 내가 깔아놓은 멍석을 넘길 때가 오긴 오는구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들과 같이 하시면 되잖아요?”

“그럼요. 같이 합니다. 제가 어디 딴 데로 가겠습니까?”

“아, 네. 그럼 멍석을 넘긴다는 건?”

“하하하. 제가 할 역할이 있고, 그리고 여러분이 하실 일이 다르다는 거지요. 주역은 여러분이고 저는 배후…. 아, 배후라는 말을 꺼내놓고 보니까 아, 대학시절 생각이 납니다. 옛날 대학 다닐 때, 제가 1980년 서울의 봄 학내시위 배후 주동자로 낙인찍혀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도 그 후폭풍의 연장이기도 해요. 하하하!”

“아, 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희와 함께 하신다니 든든하네요. 잘 부탁드릴께요.”

“부탁은 무슨!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싶어 그러는 겁니다.”

“네. 그럼 청어람과 저희가 어떻게 연관되게 되는 건가요?”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을 텐데, 여러분은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시는데요? 우선 그걸 들어봅시다.”

“그야 막연하게나마, 아직은, 아까 관장님 말씀하신 대로, 이곳을 이용하여 조합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기대해보는 그런 정도지요. 대략적인 청사진은 그려놓았고,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은 청사진에 기반해서 창립 때까지 집중해서 만들어 보고 찾아보고 하려구요. 그 전에 일의 순서상 청어람작은도서관을 저희들이 사업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하고 그래서 이렇게…”

“네. 그러시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청어람도서관은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협동조합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결합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만.”

“그러니까… 저희 협동조합이 하고자 하는 일을 청어람도서관을 활용해서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말씀인가요?”

“댓츠 롸잇! 하하하. 맞아요. 그것은 반대로 보자면, 청어람도서관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협동조합을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네? 무슨…?”

“하하하! 어머니들께서 몇 달 동안 쭉 이곳 청어람에서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아셨겠지만, 평소, 바로 이곳 도서관에 온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서 풀다 갈 뿐입니다. 우리 서귀포 시내 거의 모든 공공도서관들이 하나같이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잠깐 반짝으로 끝나요. 공무원시험이나 다른 취직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일년 내내 죽치는 곳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그것은 도서관이, 도서관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기는 우리 아이들이 초중고 할 것 없이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그리고 집에서까지 밤낮으로 문제집만 줄곧 풀고 있는데 따로 도서관이 필요하다 생각할 수도 없을 거요만…. 그렇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는 겁니다. 어느 민족의 과거를 알고 싶으면 박물관을 찾아보고, 미래를 알고 싶으면 도서관을 찾으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의 도서관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당장 현재의 욕구만 있을 뿐이지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의 어느 나라도 도서관을 결코 도외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서관이 거의 모든 교육활동의 중심이자 출발점입니다. 학교도서관은 학교교육의 심장이라고도 하지요. 도서관이 독서실인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 뿐일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 교육의 후진성을 증명합니다. 우리 교육의 위기를 보여주는 방증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시험성적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지만 진짜 실력, 진짜 인성은 형편없는…. 이제, 협동조합과 도서관의 결합, 제라헌 진짜 교육이 매개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온 겁니다. 하하하! 이 청어람도서관을 활용해서 마음껏 교육협동조합의 이념과 비전을 펼쳐 가세요.”

“관장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저번 저희들 토론 때 누군가 그런 말을 한 게 다시 한 번 떠오르네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그럼 청어람도서관은 저희에게 항산이 되는 셈이군요.”

“빙고! 바로 그겁니다.”

“짐 진 놈이 팡을 찾는다”

“감사합니다. 관장님. 외람되지만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저희들은 관장님께서 이미 오래 전부터 교육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아시고 시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하하, 그런데요?”

“아, 네. 여기 저희들은 관장님께서 왜… 저희들이 준비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거의 관여치 않으시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 계셨는가, 모두들 굉장히 궁금해해 왔습니다.”

“제게 실망하기도 하셨지요? 그랬을 겁니다. 하하하. 그런데 저는 사실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네에?”

“여러분이 처음 도서관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걸 보았을 때는 바로 뛰어들 뻔 했었지요, 반가운 마음에.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제가 그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게 참 잘했다 싶습니다. 본의와는 정반대로 자칫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시도를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 뻔했던 겁니다. ‘나를 따르라, 이것이 그 길이다.’ 그런 식으로 말이지요. 그게 제가 이전에 실패했던 결정적인 이유들 중의 하나지요. 협동조합의 역사를 보면 그래요. 제주도 말로 ‘짐 진 놈이 팡을 찾는다’라는 게 있어요. ‘짐을 져서 몸이 고단한 이가 직접 그 짐을 부려놓고 쉴 만한 데를 찾는다’는 말이지요. 사실 개인적으로 교육협동조합에 대한 꿈은 오랩니다. 그런데 그게 진작에 크게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제3자의 선동이 아니라 당사자의 직접 참여가 관건이라는…. 하하하!”

“네? 아…, 네. 그런데, 공교육이라는 게 원래 나라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잖아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정부에서 하지 않으려 한 건 아니지요. 이미 오랜 전부터 어느 정부든 어떤 정치인이든 교육개혁을 책임지겠다고들 해왔지요. 하지만 우리 교육은 오히려 날이 갈수록 거꾸로 가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요? 나라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는 거지요.”

“그럼, 우리가 하려는 교육협동조합이라는 것으로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우리야 그러리라고 기대하고 믿을 수밖에 없지만, 여전히 불안해요. 나라에서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교육협동조합 하나로 당장 우리 교육이 왕창 달리지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 공교육은 워낙 결부된 사항이나 이해당사자가 많을뿐더러 따라서 적폐의 역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청사진에 나온 대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교육협동조합을 통해서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성취적인 아이들로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기 시작하면, 그렇게 되기 시작하기만 하면, 더불어 조금씩이라도 학부모들이 변하고 지역사회가 달라지기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만 되기 시작한다면, 조금씩이나마 공교육이 달라져가지 않겠습니까? 제가 잘 쓰는 말로,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이루기도 한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그것은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젠가는 근본적으로 공교육의 판이 흔들리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관장님, 지나친 이상주의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 아녜요? 하하하.”

“하하하. 두고 보세요. 저는 이상이야말로 희망의 근거이고, 낙관이야말로 실천 동력의 강력한 배후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아하, 그런 일이 우리로부터 시작되어 하나둘씩 옆 동네로 퍼져나가고, 점차 전국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기 시작하면? 시간의 힘을 믿어보자는 거네요.”

“네, 바로 그겁니다. 우리 교육이 뒤집히는 거지요. 하하하. 교육협동조합은 제가 알기엔, 교육 문제를 위해서는 오늘날과 같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어떤 다른 대안들보다 지혜롭고 유력한 대안인 건 분명합니다. Wag the Dog라는 영화 혹시 보셨나요? 흥하는 일도, 망하는 일도, 몸통이 움직이는 데는 꼬리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형식도 그렇고, 거기에 담기게 되는 내용도 그렇고, 협동조합은 우리 교육의 흉한 몸통을 흥하게 하는 작지만 지혜로운 꼬리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협동조합이 지구를 움직인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그 지렛대를 누르는 역사의 주역이자 증인이 될 겁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이어도교육협동조합

김서현은, 역사의 주역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왔다. 그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바로 그날로 교육협동조합 창립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준비위원장 오민지, 기획 박승현, 조직 김서현, 총무 강민희, 홍보․섭외 이지헌과 양호영, 재무 정인효가 맡기로 역할을 나누었다. 예전에 비해 협동조합을 만드는 행정 절차는, 발기인 모임→정관 제정→창립 총회→회비 납부→법인 등기, 이렇게 매우 단순해졌다. 10여년 전에 처음 교육협동조합을 시도한 유비엘 관장을 결정적으로 좌절시켰던, 발기인이나 최소 자본금 규모에 대한 제한도 없었다. 이제는 5명 이상이 모이면 얼마든지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졌다. 웬만한 구체적인 사안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었고, 게다가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을 도와주는 조직이나 단체도 적지 않았다. 정관안은, 어찌 보면 포괄적이다 싶은 모양으로 작성했다. 문제가 생기면 회원총회에서 보완하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의 일을 보면 가급적 출발 때부터 가능한 한 정관은 세밀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초심을 잊기 마련이다.

그런데 청사진은 조합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개요를 담은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운영하는 데는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완급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다음 단계의 작업이 필요했다. 첫사업으로, 그리고 주요 사업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 성공 여부가 이후 조합의 운명을 가늠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숙고 끝에 교육협동조합의 기본 사업으로는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사실은 <방과후 학교>는 이미 처음 교육협동조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암묵적인 동의를 얻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청사진에서도 맨 앞에 일순위로 놓았을 터이다. 물론 시종일관 오민지가 그 중심이 되어 알게 모르게 <방과후 학교>쪽으로 분위기를 몰아온 건, 결과적으로 보아 탁월한 선택이었다.

준비위가 만들어지고 난 후,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한 논의와 창립 조합원 모집을 중심으로 한 달간의 준비 끝에 창립총회 때 모인 사람들은 창립조합원이 7명, 그들이 각자 추천한 예비조합원이 7명, 그리고 축하하러 온 하객과 초청받은 내빈들까지 합쳐서 모두 30여명이었다. 지역구 출신의 도의회 보건복지위 유신강 의원과 교육위 민석홍 의원이 참석해서 축사를 했다. 서울에서는 협동조합 관련 지원 단체에서 내려왔는데 청어람작은도서관 유비엘 관장의 제자였다. 그날 현장에서 7명이 추가로 예비조합원으로 가입했고, 도의회 차원에서의 지원이 약속되었다. 그리고 두 명의 도의원과 초청받은 내빈들 대부분이 후원회에 가입했다. 이어도교육협동조합은 그렇게 출범했다. 준비에 나선지 6개월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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