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 버스시간표를 허하라!
버스정류장에 버스시간표를 허하라!
  • 숨비소리
  • 승인 2019.02.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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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대왓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 솔대왓정류장인데 이곳 버스시간표는 없다.  숨비소리 사진
솔대왓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 솔대왓정류장인데 이곳 버스시간표는 없다. 숨비소리 사진

“여기 버스정류장 이름 뭐지?”

“솔대왓”

“오오, 이름 좋다. 그런데 버스시간표가 좀 이상하네.”

“그래. 우리 635번 타면 된다고 하던데, 635번 언제 오는지, 시간표가 없어.”

“맞아. 버스시간표는 여기 딱 있는데, 솔대왓정류장 시간표는 없네.”

“635번이요? 등기소 시간표에 플러스 십분 하세요. 그럼 얼추 맞아요.”

“그래요? 거 참 재밌네요.”

“자가용만 타고 다니다 시내버스 타려니....”

“버스시간표는 붙어 있는데 그게 다 허멩이 문서라...”

“네? 허멩이 문서요? 그게 뭐예요?”

“흠. 이거라 저거라 한다고 적혀있긴 한데 그게 다 빈 껍데기, 이름은 그럴 듯한데 쓸 데 없는 문서란 말이쥬.”

“그럼 이 동네 분들은 버스시간표 없이 어떻게 버스를 이용해요?”

“요새야 젊은 사람들은 거의 다들 자가용 몰고 다니고, 버스를 탄다 해봤자 학생들, 매일 침 맞으러 다니는 할망 하르방, 그리고 일용직 일 나가는 아주망들이 대부분이니....”

“그 분들은요?”

“학생들이나 일 나가는 이들은 대부분 정해진 시간에 오가니 그 시간은 다들 알아서 다니고, 할망 하르방들은 그냥 나와서 주구장창 기다리는 거쥬마. 두어 달 그러다 보면 얼추 버스시간을 알게 되고. 저기 저 버스시간표는 말 그대로 허멩이문서라,”

“하하. 그래도 되는 거예요, 버스시간표가? 어느 정류장에 몇 시 몇 분 도착, 이래야 되는 거 아녜요?”

“그러게 말이야. 대중교통 개편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지나다니는 버스는 많아진 것 같은데 버스시간표는 개판이라.”

“말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아니, 솔대왓 정류장에 버스시간표는 붙어 있는데 버스가 그 정류장에 언제 오는지는 알려주지 못하는 버스시간표가 버스시간표라고 할 수 있어요?”

“내 말이....”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저기 붙어 있는 번호대로 도청에도 전화했었쥬. 무슨 일을 이 따우로 하냐고.”

“뭐라 그래요?”

“기다리는 정류장이 어디냐고 물어. 몇 번 버스 기다리냐고 물어. 그러면 알려드리겠다고.”

“네?”

“내 참. 그럼 버스 탈 때마다 지한테 전화해서 물으란 거야, 뭐야?”

“그러게요. 아, 여기 버스시간표에 솔대왓 몇 번 버스, 몇 시 몇 분 온다 이러면 될 텐데.”

“아, 자네들 버스 저기 오네.”

2

이건 실화다. 비슷한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이런 사례는 오히려 단순한 경우다.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이나, 신제주 로타리 정류장에서 승차장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버스시간표를 이용해서 가고자 하는 목적지 버스가 몇 번인지, 그 버스가 언제 오는지를 찾아보라. 신제주로타리에서든 제주시청 앞에서든 목적지가 확실한 제주시외버스터미널조차 쉽지가 않을 것이다. 초행길이라면 버스시간표가 수십 장 붙어있는 가운데, 우선 어느 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일일이 살펴봐야 한다. 만일에 시력이 노안 수준이라면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다. 그게 힘들다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주위를 둘러보고 학생을 찾는 것이다.

“여기 가려면 어느 버스 타야 되는 거여? 언제 와?”

학생은 폰을 꺼내 앱을 뒤진다. 그건 행운의 경우다.

“에이, 택시 타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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