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께 전하는 제주 제2공항 ‘소도리’
문재인 대통령께 전하는 제주 제2공항 ‘소도리’
  • 숨비소리
  • 승인 2019.01.22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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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일단 멈춰야 합니다."
해군기지를 만들기 위해 파괴되기 직전의 강정 구럼비, 구글 검색 사진

정부가 성산읍 일대에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제2 강정 사태’가 되는 건 아닌지... 아직은 많이 조심스럽지만 도민들 사이에 스멀스멀 그런 걱정이 피어오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강정주민들에게, 그리고 제주도민들에게 ‘해군기지’ 사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 언제면 그 상처가 아물지 모르는 채 진행 중입니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제2공항’이 군사공항의 용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어야겠지요? 아무튼 현재 정부와 반대측 주민들의 격렬한 갈등관계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노라면, ‘제2공항’ 문제가 ‘강정사태’처럼 정부와 주민들, 주민들과 주민들간의 오랜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게 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커집니다. 이제는 본의 아니게 절차적 공정성이라는 단어 하나로 담아내기에는 불신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강정과 성산의 1차적 공통점은, 정부측이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그 절차가 하나같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해군기지' 경우에는 몇 개 마을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거나 반대와 찬성을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강정마을 소수의 찬성파가 다수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형식적 동의절차를 감행하는 바람에, 오늘까지 10년여의 길고 긴, 분열과 갈등의, 참혹한 마을공동체 해체의 과정으로 돌입하고 말았습니다. 성산마을의 경우에는 그런 형식적 동의조차 거치지 못했습니다. 2015년 11월 10일 마을주민들은 대부분 TV를 통해서 자신들의 마을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정부방침을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해관계에 따라 희비가 갈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주민들이 무엇보다도 “왜 우리 마을이야? 왜 주민들과 협의도 없이?”라는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직접 당사자인 해당 지역 성산주민들과는 다른 맥락에서 “왜?”라는 이의 제기가 터져나온 것도 당연했습니다. “왜 이 좁은 제주도에 또 공항을 건설한다는 거지?” 이런 물음에 대해서, 정부측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제주도가 관광으로 먹고 사는데 현재 제주공항 하나로는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장차 제주경제가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라고. 과연 그럴까요? 늘어나는 관광객들이 오히려 제주관광을 망치는 역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제주도내만이 아니라 밖에도 아주 많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시장 포방터 돈가스집, 청파동 함흥냉면집은 그들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습니다. 돈 욕심 때문에 무작정하고 손님을 받았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도 잘 아니까요. 망하는 거지요.

어쨌든 2015년 11월 10일 입지선정 발표 후 한 달 여 만에 KBS제주방송국이 조사 발표한 데 따르면 ‘제2공항’ 찬성률은 70%가 넘었습니다. 그렇지만 성산주민들을 중심축으로 하는 반대측에서 계속해서 입지선정 과정 자체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현장의 문제점들에 대한 현지인들과 전문가들의 지적과 언론의 취재가 이어지면서, 거기에 더해 “과연 제주에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할 만큼의 많은 관광객이 들어와도 좋은가?”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3년 째에 들어선 2018년 찬성률은 40% 대까지로 급속하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만 3년만인 2018년 12월말 또 한 번의 KBS제주방송국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극적입니다. 입지선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건설 강행을 지지하는 여론은 단 24.5%였습니다.

입지선정 발표후 의혹제기가 이어지고 논란이 계속되자, 2018년6월 정부측에서는 이미 발표된 입지선정 타당성에 대해서 ‘재조사’하는 연구 용역에 들어갑니다. 그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매사에 강조해왔던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정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기도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재조사 자체에 대한 불신마저 터져나오는 상황을 확실하게 종결짓기 위해서, 2018년 9월 ‘재조사 연구’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연구 과정에 반영하면서 주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국토부와 반대측이 추천하는 동수의 위원들로 ‘검토위원회’를 꾸립니다. 정부측으로서는 잇따르는 의혹 제기에 쐐기를 박을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국토부측의 석연치 않은 치명적 패착(?)이 나옵니다. 검토위원회가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게 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검토위원회를 종료시켜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과정에 대한 검토가 채 끝나지도 않은데다, 따라서 활동성과를 담는 보고서가 불발되었을 뿐 아니라, 공론조사라는 문제도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또한 도민들을 상대로 수시로 설명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는 일도 검토위원회의 과업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수십 번이나 하는 주민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검토위 이름으로 공식적으로는 2018년 11월 딱 한번 했습니다. 더욱 나쁜 것은, ‘재조사 연구’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채로, 도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여론을 수렴하지도 않은 채로 불완전한 ‘재조사 연구결과’를 '문제없다'고 스스로 단정하고는, 바로 그 다음 단계인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민들 앞에서 공문서로 약속한 검토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그런 작태는 이번 사태를, 절차적 불공정성을 넘어, 정부의 도덕성 차원으로까지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국토부라는 꼬리가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정부라는 머리를 뒤흔드는 격입니다. 

국토부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오히려 반대측의 요구대로 활동기간을 연장해서 활동을 마무리했더라면 반대측이 더 이상 논란을 끌고 갈 명분을 잃고 말 수도 있을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 상황은 애초 반대측에서 검토위원회 구성을 망설이기도 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측이 그 기회를 발로 차버렸습니다. 오만했던 걸까요? 반대측에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재조사 연구에 대한 검토 보고서 안에 담길 문제점들을 덮으려고 그런 무리수를 둔 거라고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서둘러서 강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든가... 사실 거기에 적시된 쟁점들은 살펴볼수록 하나하나 결코 간단치가 않습니다. 평가를 다시 해야 하고 그 결과 입지가 뒤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런 문제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국토부는, 양측이 합의한 검토위원회를 활용해서 갈등을 해결한 게 아니라, 오히려 불씨를 몇 배 키워놓았습니다. 강정에서는 안보라는 명분이라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 자체가 불신받고 있습니다. 공항을 만들 때는 지역주민들과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국제기구의 원칙마저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그건 국제적 원칙이 아니더라도 문명사회 정치의 기본입니다. 

지난 1월19일 저녁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주지키기 시민행동의 하나로 <제주, 그대로가 아름다워> 문화제가 있었습니다. 130여 분 간 제주관광을 주제로 한 토크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울에서 오신 패널 한 분이 울먹울먹 말을 제대로 시작하지를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주가 잃어가는 것들, 지켜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려던 중에요. 다른 패널들도 청중들도 모두가 놀랐습니다. 또 발언권을 얻고는 코먹먹한 소리로 서두부터 말을 떠듬거렸던 분도 있었습니다. 세종시에서 관광오신 분이었는데 이번엔 청중석에서였습니다. 패널과 거의 같은 이유였습니다. 제주도가 그렇게 온국민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그렇게 상처가 깊이 패여가고 있는 게 사실이구나....정말 충격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제주에서 관광은 가장 중요한 생명산업이라고들 합니다. 정부측에서는 급증하는 관광객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제주경제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반대측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오히려 지금 관광객 수준에서도 제주도는 넘치는 쓰레기와 오폐수, 교통체증을 감당하기 힘들다, 지하수는 고갈되고 있으며 가뭄 들면 물난리고, 지대와 물가와 주택비는 천정부지다, 제주민의 삶의 질은 물론 관광의 질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해안과 중산간의 절경과 평화로움과 안락함을 독점한 관광시설들은 땅과 바다와 한라산을 오염시켜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현실에서 급증하는 관광객들을 모두 실어오겠다는 제2공항은 제주관광을 오히려 결딴내고 말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세계 유명관광지들을 망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이 제주의 미래가 되면 안 된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2016년을 정점으로 이후 항공여객과 관광객 수가 점차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살겠다고 이주해오던 육지사람들의 물결이 잦아들고 있고, 몇 년간 들어와 살던 이들이 다시 제주도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게 팩트입니다. 특히나 제2공항 소동을 전후해서 급등한 땅값은 제주의 미래를 극적으로 암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땅을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 그 무슨 일도 워낙 대기업이 아니라면, 소소한 기업이나 개인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주도에는 자식들한테 물려주거나 육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농토가 아예 없습니다. 언제고 사라지고 말 부동산이 있을 뿐입니다.

제2공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부류가 분명히 있긴 있습니다. 육지에는 대규모의 토목건설원청업체, 지역에서는 소규모의 하청업체, 그리고 딴 데 살면서 공항부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공항부지 바깥 인근에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확실합니다. 수용토지 보상금에 가슴이 부풀어 있을 이들도 그럴 겁니다. 지역의 소상공 자영업자들도 기대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성산공항 입지가 발표되기 전후해서 어떤 경로로든 미리 정보를 얻고 땅 투기를 했던 이들은 더욱 더 적극적일 겁니다. 신도 쪽에 땅을 샀다가 약삭빠르게 성산쪽으로 갈아탄 사람들은 더욱 안달이 났을 겁니다. 주로 인터넷매체 이 기사 저 기사 뛰어다니면서 제2공항이나 난개발 관련 댓글을 쏟아붓고 있는 이들이 그들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투기꾼이나 땅부자들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정치자금을 지원받거나 지지를 얻게 될 지역 정치인들도 거기에 속할 것입니다. 관광객들은 지지할까요? 천만에요. 그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곳으로 언제든 비행기를 갈아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2공항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은 공항부지에 살고 있어서 당장 쫓겨나게 될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은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난민이 될 것이고, 보상비를 받는다 하더라도 땅값이 너무 올라 대체농지를 구하기가 어렵게 될 터이므로 다시는 그들이 평생을 살아온 농사는 짓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공항 인근에 살고 있어서 소음공해에 시달리게 될 사람들도 반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음공해 피해 보상을 얼마를 받게 되든 삶의 일상적인 안온함이 깨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들 못지않게 적극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일대의 땅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제주도의 청정자연과 한가로움과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등 제주도만의 고유성을 사랑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꿈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제주다운 관광’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요번 문화제에 참석해서 토크쇼를 보면서 가슴 먹먹했던 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강정처럼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산공항’ 건설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이들로 갈려서 마을공동체가, 제주도민들이 분열하고 갈등하고 저주하고 상처입고 처참해져서는 안 됩니다.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아닙니다. 겉으로는 청정자연을 주배경으로 한 목가적인 평화로움이 제주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사실은 역사적으로 잇따라 일어난 민란, 가뭄, 흉년, 역병, 그리고 사삼과 육이오 전쟁의 후유증 등으로 단 하루도 그냥 평화로웠던 적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지속가능한 평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분열과 갈등은 강정으로 끝내야 합니다. 어쨌든 강정마을도 조금씩 치유가 되어가기는 하겠지요. 그래야 하구요.

문재인 대통령님, 제2공항, 일단 멈춰야 합니다. 과연 제2공항이 필요한지, 그게 제주의 삶과 관광을 살리는 길일지 죽이는 길일지 진지하게 살펴보고 고민해보고 생각을 모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이제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주에서의 삶의 질에 대해서, 제주의 미래가치에 대해서, 제주관광의 방향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급증하던 관광객이 정체기에 들어갔습니다. 오늘 페북 포스팅 중에 그런 댓글을 보았습니다. “이용객 더 줄기 전에 빨리 제2공항 추진해야 합니다. 더 줄면 추진 동력 상실합니다.” 이용객이 줄면 제2공항을 지을 명분이 아예 사라지는데, 더 줄기 전에 빨리 추진하자고 합니다. 혹시 이 댓글이, 검토위원회를 갑자기 종결시키고 기본계획을 서두르고 있는 정부측이 품고 있는 ‘천기’를 누설한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묻습니다. 그 제2공항은 무엇을 위한 겁니까? 누구를 위한 겁니까?

오늘 소도리는 여기까지입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계속해서 소도리를 올리겠습니다. 진실의 힘을 믿으면서, ‘사람이 먼저다’를 믿으면서, 무엇보다도, 절차적 투명성은, “왜 제2공항이 필요한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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